192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 논쟁 – 사회와 예술의 교차로
서론: 격동의 시대, 문학에 던져진 질문
1920년대는 한반도에 새로운 변화의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련과 더불어 사회주의 사상, 노동운동, 신문화 운동 등이 동시에 꽃피며, 문학 역시 거대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시기 문단을 뜨겁게 달군 대표적인 논쟁이 바로 ‘프롤레타리아 문학 논쟁’이었다. 문학은 사회의 거울인가, 변화의 도구인가? 이 물음이 논쟁의 시작이었다.
1. 프롤레타리아 문학, 무엇이었나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하는 노동자 계급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은 문학이다. 현실 변혁의 실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계급 해방과 사회 변화를 목표로 했다. 이 흐름은 3.1운동 이후 ‘신경향파 문학’(최서해, 박영희, 김기진 등)에 의해 싹텄고, 1925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 결성으로 조직적 운동의 형태를 갖춘다. 이때부터 문학은 단순한 현실 반영을 넘어 ‘사회적 실천’의 장이 되었다.
2. 논쟁의 쟁점들
내용-형식 논쟁
1920년대 논란의 핵심은 ‘문학의 내용과 형식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였다.
박영희 등은 문학이 담아야 할 ‘목적’(계급의식, 현실 고발)을 우선시했다.
김기진 등은 형식적 완성도, 예술적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작가의 창작 자유, 문학의 다양성, 정치적 당파성과 미학적 독립성 논의로 이어졌다.
문학의 대중화론
1927년 KAPF의 방향 전환 이후 김기진을 중심으로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중화’ 논의가 활발해진다.
노동자·농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학을 창작해야 한다는 입장과
지나치게 쉽게 풀면 작품성·예술성이 희생된다는 반론이 맞섰다.
이 과정에서 임화, 김두용 등도 비평을 통해 견해를 개진했으며, ‘형식의 혁신’과 ‘대중적 언어’가 화두가 되었다.
정치성과 예술성의 긴장
KAPF는 문학이 사회주의 혁명을 선전하는 도구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창작 현장에서는
당파성(계급성)의 강조가 작품의 도식화, 형식의 획일화로 이어지는 폐해가 있었다.
문학의 ‘목적 의식’과 ‘미학적 자율성’ 사이의 균형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었다.
3. 국외 흐름과의 연관성
이 논쟁은 동시기 소련, 유럽 혁명문학 논의와도 직결된다.
소련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독자성’(보그다노프와 보론스키의 논쟁), ‘동반자작가’ 문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공식화 등 다양한 노선 투쟁이 있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1930년대 조선 프롤레타리아 문학에도 영향을 주어,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창작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한다.
4. 논쟁의 결과와 문학사적 의미
성장과 한계
192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은 일제 식민정책, 검열과 탄압, 내부 노선 갈등 등으로 성장과 한계를 동시에 경험했다.
1935년 KAPF 해체로 조직적 흐름은 멈췄으나, 이후 근대 민족 문학, 해방 이후 진보적 리얼리즘 문학에 주요한 씨앗을 남긴다.
현재적 의의
프롤레타리아 문학 논쟁은
한국 현대 문학이 ‘사회와 예술의 관계’ ‘작가의 사회적 역할’ ‘문학의 대중성’ 등 본질적 화두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현장성과 자기성찰, 대중과의 소통 등 현대 민중문학까지 이어지는 ‘문학의 실천’ 전통을 형성했다.
5. 정리 및 결론
1920년대 한반도를 흔든 프롤레타리아 문학 논쟁은 ‘문학은 현실을 어디까지,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라는 영원한 질문을 남겼다. 치열한 갈등과 모색의 시간은 문학을 시대의 거울, 혹은 변화의 무기로 만들었고, 오늘의 우리에게도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구분 | 주요 쟁점 |
핵심 논쟁 | 내용-형식, 대중화, 당파성-미학성 |
운영 주체 |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 중심 |
국외 연결 |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의 사회적 역할 논쟁 |
결과 | 민중·혁명문학의 흐름, 해방 이후 리얼리즘 계승 |
이처럼 192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 논쟁은 시대정신과 예술성의 복합적 교차로였고, 그 유산은 여전히 한국 문학의 중요한 축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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