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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우리역사 이야기

‘고양이 대학살’에서 본 한국 농촌사회의 민담 – 민중의 삶과 서사의 힘

‘고양이 대학살’에서 본 한국 농촌사회의 민담 – 민중의 삶과 서사의 힘


1. 서론 – ‘고양이 대학살’이란 무엇인가
‘고양이 대학살’은 18세기 프랑스의 한 인쇄소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서 유래된 이야기로,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의 저서에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의 1장은 농민들의 민담과 2장은 도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민담은 단순한 환상이나 오락이 아니라 피지배층의 현실, 저항, 그리고 생존의 전략이 담긴 ‘살아있는 역사 서사’임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고양이 대학살’은 사회 밑바닥의 민중이 가진 감정, 좌절, 그리고 기묘한 방식의 저항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고양이 대학살’에서 본 한국 농촌사회의 민담 – 민중의 삶과 서사의 힘



2. ‘고양이 대학살’과 민담의 구조 – 민중의 삶이 담긴 이야기
(1) 사건의 개요와 상징성
1730년대 프랑스 파리, 인쇄소 견습공들은 혹독한 노동과 배고픔,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반면, 주인 부부의 애완 고양이들은 좋은 음식과 보살핌을 받으며 특권층 생활을 누렸고, 견습공들은 동물보다 못한 처우에 분노하게 된다. 이에 견습공들은 고양이 울음소리로 주인을 괴롭힌 뒤,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상징적 복수를 감행한다.

고양이 대학살은 현실의 억압과 분노가 산물로, 주인을 직접 공격할 수 없는 하층민들의 불만이 ‘동물 처단’이라는 비유적 행위로 분출된 사례다. 이후 이 이야기는 견습공들 사이에서 무언극·민담으로 재생산되며 집단 정체성과 유희,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 농촌 민담의 구조적 특성
민담은 종종 권선징악이나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대처하고, 정신적 생존을 이어갔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였다. 실제 프랑스 농민 민담에는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결말보다, 바보라면 차라리 악당이 되라는 시대적 냉소와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불합리한 구조에 순응하라는 계몽주의적 서사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지혜, 간교함, 아이러니가 곳곳에 묻어난다.

3. ‘고양이 대학살’과 한국 농촌 민담의 접점
(1) 농촌 사회의 민담 – 불합리와 생존 방식
한국 농촌의 민담 역시 권력과 억압, 운명의 불합리성, ‘작은 사람들’의 현실적 대처법을 담는 경우가 많다. 부자, 마을 유지, 양반, 호랑이 같은 강자와의 갈등 속에서 약자인 농민·서민이 우회적 방식으로 응징하거나, 영리하게 살아남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전래 민담에서도 “바보가 오히려 세상을 얻는다”, “머리 굴려서 호랑이를 속인다”, “지혜로 귀신을 물리친다” 등 직설적 저항 못지않게, 상징과 아이러니, 풍자가 사회적 비판과 저항의 통로로 작동한다. 이는 프랑스의 ‘고양이 대학살’과 친연성을 갖는다.

(2) 민담의 사회적 기능
집단 연대: 민담은 농민 공동체 내에 분노 해소, 유희, 자기 정체성 강화를 위한 도구였다.

저항의 은유: 현실의 강자에게 직접 도전할 수 없을 때, 민담을 통한 우화와 상징으로 마음을 달랬다.

현실 인식: 교훈적 미사여구보다는 “세상은 바보와 악당으로 이루어졌고, 바보보다는 악당이 되는 것이 낫다”는 냉정한 현실 파악이 내재되어 있다.

4. 밑으로부터의 민속, 왜 중요한가
로버트 단턴의 분석처럼 민담은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복원한다. 그 시대 농민, 농촌 노동자의 진정한 마음과 감각, 계층적 불만, 삶의 에너지와 좌절을 드러내 준다. 오늘날 한국 농촌사회에서도, 일상 언어와 농담, 속담, 이야기꾼들의 우화 속에 시대 초월적 생존의 공식이 관통한다.

“고양이 대학살”은 표면적으로는 잔혹한 농담이지만, 이면에는 억압의 시스템을 조롱하는 집단적 저항의 메시지, 그리고 그 자체로 문화적 힘이 존재한다.

5. 결론 – 지금, 민담으로 본 한국 농촌의 시선
프랑스의 ‘고양이 대학살’ 민담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농촌 민담 역시 ‘작은 사람들’이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견디는 이야기다. 교과서 밖의 민담은 역사와 사회학, 심리학이 만나는 현장이며, 그 안에는 시대마다 달라지는 집단의 감정, 생존전략,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

오늘 우리의 농담, 속담, 유행어, 심지어 가족 내에 구전되는 작은 이야기까지도 ‘민중의 역사’라는 시각에서 다시 들여다볼 때, 진짜 농촌 사회와 사람들의 속마음, 억압과 웃음, 냉철한 자기 인식이 새롭게 보인다.

민담은 약자의 무기다. 그 안에는 절망하고 웃고, 저항하고 살아낸 농촌의 집단 지혜가 있다.

참고: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 프랑스·한국 농촌 민담 구조, 사회사적 분석.